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 하면 보통 다낭이나 나트랑, 푸꾸옥 같은 휴양지죠. 북부는 결이 좀 달라요. 리조트에서 쉬는 여행이라기보다, 사진 욕심나는 풍경을 보러 다니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천 년 넘은 수도 하노이, 바다 위로 솟은 수천 개의 바위섬, 소수민족이 일군 계단식 논, 거기에 오토바이로 도는 산악 도로까지. 베트남에서 풍경이 가장 멋진 곳이 죄다 북부에 몰려 있거든요.
다만 한 가지, 거리가 변수예요. 명소들이 서로 멀고 길도 산속으로 올라가서, 다낭처럼 가볍게 당일치기로 도는 그림이 잘 안 나옵니다. 그래서 하노이를 베이스로 잡고 이동 시간을 넉넉히 두는 게 요령이에요. 대신 시간만 들이면, 베트남 여행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을 풍경을 보고 옵니다.
이 글의 위치: 여기는 북부만 다루는 가이드예요. 베트남 전체를 어떻게 묶을지는 베트남 여행 가이드에서, 다낭·호이안이 있는 중부는 중부 베트남 가이드에서 보실 수 있어요.
2. 하노이를 중심으로 어떻게 도나
하노이가 한가운데 있고, 주요 명소들이 거기서 사방으로 퍼져 있다고 보면 쉬워요. 일단 하노이로 들어와 짐을 풀고, 나머지는 크루즈나 야간 침대버스, 가끔은 기차로 다녀오는 식입니다.
하노이가 한가운데, 사파와 하장은 산악 지대, 하롱베이는 동쪽 바다, 닌빈은 바로 아래 남쪽이에요. (지도: Uwe Dedering / CC BY-SA 3.0)
장소
어떤 곳
하노이에서
하노이
천 년 수도이자 여행 베이스
—
하롱·란하베이
섬으로 빼곡한 바다, 1박 크루즈
약 170km · 2시간 반 (동쪽)
닌빈
“육지의 하롱”: 강·바위산·사원
약 95km · 2시간 (남쪽)
사파
계단식 논, 소수민족, 판시판산
약 315km · 5~6시간 (북서쪽)
하장
오토바이로 도는 산악 루프
약 300km · 6~7시간 (북쪽)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두 곳을 더 추천해요. 남서쪽으로 몇 시간 거리의 마이쩌우와 뿌르엉은 완만한 초록 골짜기와 고상가옥 홈스테이로 알려져 있고, 북동쪽 끝 까오방에는 중국과 맞닿은 널찍한 반죽 폭포가 있습니다. 둘 다 따로 비행기 탈 필요 없이 하노이에서 이어져요.
3. 언제 가면 좋을까 — 북부는 사계절
베트남 남부는 건기·우기로만 나뉘는데, 북부는 달라요.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합니다. 그래서 언제 가느냐에 따라 챙길 옷부터, 계단식 논이 초록인지 황금빛인지 갈아엎은 맨흙인지까지 확 달라져요.
계절
시기
날씨
가을(최고)
9~11월
선선하고 건조, 하늘 맑음. 사파 황금 논, 하장 꽃
겨울
12~2월
꽤 춥다(하노이 약 10~17℃). 사파는 0도 가까이, 안개 잦음
봄
3~4월
포근하고 다니기 좋음, 이슬비 조금. 한적한 시기
여름
5~8월
덥고 습하며 큰비. 논은 초록이지만 폭풍에 크루즈가 묶이기도
가장 좋은 때: 단연 9~11월이에요. 선선하고 바다도 맑은 데다, 9월 말이면 사파 논이 황금빛으로 물들거든요. 그다음은 3~4월로, 사람이 더 적어 한적합니다.
겨울엔 옷 단단히: 12~2월 하노이, 특히 사파가 생각보다 훨씬 추워요. 사파는 0도 가까이 떨어지고 안개도 자주 낍니다. 이 시기에 가신다면 한국에서 입던 패딩이나 두꺼운 외투를 그대로 챙기세요. 더운 열대 베트남만 떠올리고 반팔만 가져갔다간 고생합니다.
4. 며칠 일정이 좋을까
북부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도는 게 제일이에요. 며칠 낼 수 있느냐에 따라 이렇게 짜면 됩니다.
5일 — 핵심만
하노이에서 이틀(구시가지, 길거리 음식, 호안끼엠 호수), 하롱이나 란하베이에서 1박 크루즈, 그리고 닌빈 당일치기. 전부 하노이에서 가까워서, 처음 가는 분들이 가장 많이 도는 코스예요.
7~8일 — 산을 더하기
위 코스에 사파를 2~3일 더해 계단식 논을 보고 마을까지 걸어 보는 일정이에요. 야간열차나 고속도로 밴으로 올라가면 됩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이자, 북부를 골고루 맛보기에 제일 좋아요.
10~12일 — 국경까지
여유 있게 북부를 제대로 도는 일정입니다. 하노이·크루즈·닌빈에 더해, 사파 대신(혹은 사파까지 같이) 3~4일짜리 하장 루프를 넣어요. 더 욕심나면 까오방이나 뿌르엉까지요. 만만치 않지만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됩니다.
한 가지 팁: 12일 이상이 아니라면 사파와 하장을 연달아 붙이는 건 피하세요. 둘 다 산길 이동이 길어서, 욕심내 둘 다 도느니 한 곳을 제대로 보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5. 꼭 가봐야 할 곳
북부를 대표하는 명소들을, 각각 어떤 곳인지 하나씩 짚어 볼게요.
하노이 — 수도
하노이 구시가지와 호안끼엠 호수의 밤. (Photo: Adam Jones / CC BY-SA 2.0)
구시가지 골목골목에 천 년 역사가 배어 있는 도시예요. 한복판엔 잔잔한 호수, 곳곳엔 프랑스풍 가로수길, 그리고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길거리 음식까지. 여행 베이스이자 도착 공항이면서, 그 자체로 이틀은 느긋하게 보낼 만한 곳입니다.
하롱·란하베이 — 섬으로 빼곡한 바다
하롱베이의 석회암 섬들. (Photo: Christophe Meneboeuf / CC BY 3.0)
옥빛 바다 위로 바위섬 수천 개가 솟아 있어요. 제대로 보려면 1박 크루즈가 답입니다. 카약을 타고 숨은 만으로 들어가고, 다음 날 아침 섬들 사이에서 눈을 뜨는 거죠. 란하베이와 바이뜨롱도 풍경은 똑같이 멋지면서 배는 더 적어 한적해요.
사파 — 계단식 논의 산
사파의 계단식 논. (Photo: Eerin25 / CC0)
호앙리엔선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 논이 끝없이 펼쳐지고, 몽족과 자오족이 그 논을 일굽니다. 그 위로는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3,143m)이 솟아 있는데, 케이블카로 정상까지 오를 수 있어요. 계곡을 걷고 홈스테이에서 하룻밤 묵어 보면 사파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닌빈 — 육지의 하롱
닌빈 짱안의 강과 봉우리. (Photo: Jakub Hałun / CC BY 4.0)
하롱과 똑같은 바위 절경인데, 이번엔 그 사이로 강이 흘러요. 작은 나룻배를 타고 짱안과 땀꼭의 동굴을 통과하죠. 근처엔 무아 동굴 전망대와 옛 수도 호아르도 있습니다. 하노이에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눈부신 하루 코스예요.
하장 — 산악 루프
하장 루프 마피렝 고개의 굽잇길. (Photo: Khánh Hmoong / CC BY 2.0)
베트남에서 가장 거칠고 웅장한 오지입니다. 오토바이를 직접 몰거나 이지라이더 뒤에 타고 3~4일에 걸쳐 한 바퀴 도는데, 동반 바위 고원을 지나 아찔한 마피렝 고개를 넘고, 베트남 최북단 깃대까지 닿습니다. 북부에서 가장 짜릿한 모험이에요.
6. 어떻게 가고, 어떻게 다니나
북부는 공항 하나에, 편안한 육로 이동으로 거의 다 소화됩니다. 구간별로 정리하면 이래요.
입국: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HAN)이 관문이고, 북부에서 국제선이 가장 많이 드나듭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45분쯤 걸려요.
하노이 시내:그랩(차·오토바이)이 제일 편해요. 요금이 앱에 딱 정해져 나와서, 구시가지에서 택시 기사와 흥정하는 것보다 훨씬 속 편하거든요.
하노이 ⇄ 사파: 고속도로 침대버스나 리무진 밴으로 5~6시간. 라오까이까지 야간열차를 타고 거기서 한 시간 버스로 산을 오르는 방법도 운치 있어요.
하노이 ⇄ 하장: 미딘 버스터미널에서 침대버스나 밴으로 6~7시간. 루프 투어에는 보통 이 이동이 포함돼 있습니다.
최소 5일은 잡으시는 게 좋아요. 하노이 이틀, 하롱베이 1박 크루즈, 닌빈 당일치기까지 하면 딱 5일이거든요. 시간이 되면 7~10일을 추천하는데, 그래야 사파나 하장 루프 중 하나를 더 넣을 수 있어요. 북부는 도시 사이가 멀어서, 욕심내서 다 넣으면 버스에서 시간을 다 보내게 됩니다. 전국을 묶는 큰 동선은 베트남 여행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Q. 하롱베이·란하베이·바이뜨롱베이 중 어디로 갈까요?
풍경은 셋 다 비슷하고,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갈려요. 하롱베이가 제일 유명한 만큼 제일 붐비고요. 란하베이(깟바섬 쪽)는 더 한적한데 풍경은 똑같이 예쁩니다. 바이뜨롱베이가 그중 가장 조용하고요. 처음이라면 하롱 본섬 당일치기보다 란하나 바이뜨롱에서 1박 크루즈를 타는 쪽이 훨씬 기억에 남아요.
Q. 하장 루프, 위험하지 않나요? 오토바이를 꼭 직접 몰아야 하나요?
직접 안 몰아도 됩니다. 가장 흔한 방법이 이지라이더예요. 현지 기사가 모는 오토바이 뒷자리에 타고 도는 거라, 운전 부담이 거의 없어요. 차로 도는 투어도 있고요. 직접 운전은 정식 면허가 있고 산길에 익숙한 분만 하시길 권합니다. 경치는 정말 끝내주지만, 길이 만만치 않거든요.
Q. 사파 계단식 논, 언제 가야 초록색이나 황금색을 보나요?
5~6월쯤이면 논에 물을 받아 거울처럼 하늘이 비쳐요. 여름 내내 짙은 초록이고요. 그러다 9월 중순부터 10월 초, 추수 직전에 황금빛으로 물드는데 이때가 사진으로 가장 유명한 시기예요. 참고로 하장은 분홍·하얀 메밀꽃이 10~11월에 핍니다.
Q. 하노이에서 사파·하장·닌빈까지는 어떻게 가나요?
다 하노이에서 육로로 가요. 보통 침대버스(슬리퍼 버스)나 리무진 밴을 타는데, 표는 미리 온라인으로 끊고 eSIM으로 데이터를 켜 두세요. 사파는 고속도로로 5~6시간이고, 라오까이까지 야간열차를 타고 거기서 버스로 한 시간 올라가는 방법도 있어요. 하장은 6~7시간, 닌빈은 2시간이면 닿고 기차도 자주 다닙니다.
Q. 북부에서는 뭘 먹어야 하나요?
여기가 쌀국수(퍼)의 본고장이에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먹어서 유명해진 분짜(숯불 돼지고기와 국수), 식탁에서 구워 먹는 짜까(강황에 재운 생선), 얇게 쪄낸 반꾸온, 그리고 하노이가 원조인 에그커피까지 있습니다. 북부 음식은 남부만큼 달지 않고 중부처럼 맵지도 않아서, 전반적으로 맑고 담백한 편이에요.
Q. 베트남 여행, 북부랑 중부 중에 어디부터 갈까요?
처음이고 일정이 짧으면 중부(다낭·호이안)가 더 편해요. 공항 하나에 도시 사이 거리도 짧거든요. 북부는 시간이 조금 더 들지만, 그만큼 풍경이 크고 분위기도 깊습니다. 둘 다 도는 분도 많고요. 비교는 중부 베트남 가이드를 보세요.
Q. 한국인도 비자가 필요한가요? eSIM은요?
한국 여권은 베트남 45일 무비자라, 45일 안쪽으로 머문다면 비자 자체가 필요 없어요. 더 오래 있을 계획이면 90일 전자비자를 받으면 되고요. eSIM은 출국 전에 미리 설치해 두면 하노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그랩이랑 지도가 바로 됩니다. 자세한 건 비자와 eSIM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하노이부터 깊게: 수도 하노이를 더 자세히 보려면 하노이 여행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구시가지·호안끼엠·문묘부터 근교 당일치기까지 한 편에 정리해 뒀어요.